스티커 모으겠다고 빵을 버리던 때가 있었습니다(물론 저는 아닙니다).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사건 사고도 많았던 <포켓몬스터>가 2016년 여름 다시 뜨거운 이슈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어플리케이션인 ‘포켓몬GO’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꾸준히 신작이 출시되고 있는 닌텐도 게임의 형식을 벗어나 ‘증강현실’을 적용한 방식으로 게이머들의 생활 패턴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피시방 점율을 꺾고, 미디어 상에서 각종 패러디까지 난무하게 만들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1인칭 시점에서 조작하는 FPS 게임으로, 멀미를 유발한다는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게이머들이 꺼려하는 게임 방식입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뛰어난 게임성과 밸런스, 기존의 슈팅 게임과는 차별화 된 룰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피시방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선 두 게임과 달리 조금 다른 의미로 이슈가 된 게임도 있습니다. 고액의 제작비를 쏟고도 전작(10년도 더 지난)에 비해 발전된 점이 없다는 악평을 받고 있는 서든어택2입니다. 게임성 대신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홍보를 하고, 정식 서비스 오픈 후에는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 밸런스를 해치는 피시방 혜택 등으로 온갖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의미로 이슈를 독차지한 세 게임. 단순히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 포켓몬GO
포켓몬GO는 단순한 스마트폰용 게임이 아니라 GPS와 증강현실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게임’이라고 하면 실내에 앉아서(혹은 누워서) 화면을 보며 편하게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포켓몬GO는 그 패턴 자체를 파괴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속초와 인접한 한정된 지역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해 속초행 차표가 매진되는 사건이 있었고, 외국에서도 이 게임으로 인해 여행자들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집 밖에서, 공원에서, 심지어는 해외로 나가기까지 해서 즐기는, 게임 이상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콘텐츠가 가진 힘 덕분입니다. 막강한 콘텐츠인 ‘포켓몬스터’가 ‘증강현실’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단순히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이라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증강현실 게임은 존재했지만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포켓몬스터’의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증강현실’을 이용해야 하고, 증강현실을 이용하려면 집 밖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 간단한 알고리즘은 결론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여행객 증가 등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2. 오버워치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LOL(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 초심을 잃은 운영과 불법 프로그램의 방치로 인해 유저들의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찰나, 혜성 같이 등장하여 기존 게이머들을 모조리 흡수해버린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오버워치입니다.
‘석양이 진다’, ‘영웅은 죽지 않아요’. ‘목표를 포착했다’, ‘최고의 플레이’ 등 등장과 함께 다양한 유행어와 패러디를 양산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버워치는 정식 서비스 후 식어버린 피시방의 부흥을 가져왔고 무려 204주간 왕좌에 군림하고 있던 LOL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합니다.
FPS라는 장르의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을 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캐릭터들과 개인의 능력보다 협동을 중요시 하는 미션으로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탄탄한 배경 스토리와 캐릭터 간의 밸런스 조절, 그리고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명성 역시 현재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 많으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생기는 법이죠.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방과 욕설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채팅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온라인 게임에 만연해 있는 문제로,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닌 이상 감수해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오버워치의 제작사 블리자드는 일명 핵(Hack)이라고 부르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와 비방, 욕설 등 불건전한 채팅을 하는 유저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운영으로 다시 한 번 LOL을 운영했던 라이엇게임즈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3. 서든어택2
비슷한 시기에 비운(?)의 FPS가 정식 서비스를 하게 됩니다. 월등한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히 피시방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서든어택’의 후속작 ‘서든어택2’입니다. 오버워치와 달리 서비스 시작부터 몰매를 맞으며 시작했는데요, 전작에 비해 나아지지 않은 게임성, 과도한 여성 캐릭터 상품화, 밸런스를 침해하는 캐시 아이템과 피시방 혜택 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개발비 300억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엉성한 완성도와 유저를 기만하는 운영은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게임 자체를 외산 게임과 국산 게임으로 구분을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논점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유해 매체’로 분류되어 사장되기 일쑤였습니다. 더불어 국내의 임금 격차 문제도 게임산업 발전의 저해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 업무를 하는 하청, 외주 업체의 경우 실제 개발비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고,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성도나 수준 면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을 양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외국의 경우에는 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개발자의 인건비로 소요됩니다. 총괄 디렉터 같은 경우 투자자의 개념으로 제작에 참여하기 때문에 높은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 높은 완성도, 높은 수준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됩니다.
게임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던 문제점들이 포켓몬GO와 오버워치 그리고 서든어택2를 계기로 대두되긴 했지만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게임시장의 발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외산 게임’이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이라서 즐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생활 패턴마저 바꿔버린 포켓몬GO, 혁명에 성공한 오버워치, 그리고 공중 분해된 서든어택2까지 현재 가장 HOT한(?) 게임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게임을 즐겨 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달콤한 소식도, 반면에 씁쓸한 소식도 함께 있었는데요. 모든 게임이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과 관련 산업은 아직도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마케팅과 바이럴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을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과연 살아 생전에는 가능할까요?